Chapter 01

블루투스란 무엇인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음악이 이어서 흘러나온다. 손목의 시계는 심박수를 휴대폰에 보내고, 차에 타면 휴대폰이 알아서 차 스피커와 연결된다. 가방 속 분실물 태그는 몇 달째 배터리 교체 없이 “나 여기 있어요”를 외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같은 이름의 기술, 블루투스가 한다. 그런데 이어폰과 분실물 태그는 사실 꽤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 이 장에서는 블루투스가 어디서 왔고, 왜 두 갈래(클래식과 저전력)로 나뉘었으며, 기기 안에서 어떤 층들이 일을 나눠 맡는지 큰 그림을 그린다.

케이블을 없애려던 작은 무전기

1990년대 중반, 휴대폰과 헤드셋, 휴대폰과 노트북을 잇는 데는 제각각 모양이 다른 케이블이 필요했다. 스웨덴 룬드의 에릭슨 연구진은 1994년 이 선들을 짧은 거리의 값싼 무선 링크로 바꾸는 연구를 시작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칩 하나에 들어갈 만큼 단순하고, 배터리로 오래 가며, 허가 없이 전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전파를 쓸 것. 그래서 고른 것이 누구나 면허 없이 쓰는 2.4 GHz ISM 대역(Industrial, Scientific and Medical)이다(2장).

혼자서는 표준이 될 수 없으므로 1998년 에릭슨, IBM, 인텔, 노키아, 도시바가 모여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를 만들었다. 지금은 수만 개 회사가 회원으로 참여해 사양을 만들고, 제품이 사양을 지키는지 인증한다. 이 책이 기준으로 삼는 문서도 SIG가 2026년 5월 채택한 Bluetooth Core Specification 6.3이다.

ᚼ Hagall · H + ᛒ Bjarkan · B = 블루투스 로고 Harald Blåtand (파란 이빨)
그림 1-1. 블루투스 로고는 10세기 덴마크 왕 하랄 블로탄(Harald Blåtand, 영어로 Bluetooth)의 머리글자 H와 B를 고대 북유럽 문자(룬)로 겹친 것이다. 흩어진 부족을 하나로 통일한 왕처럼, 제각각인 기기를 하나의 무선 규칙으로 묶자는 뜻이 담긴 임시 코드명이 그대로 정식 이름이 되었다.

블루투스의 세 가지 설계 목표, 짧은 거리 · 낮은 전력 · 낮은 가격은 지금도 그대로다. Wi-Fi가 “집 전체를 덮는 빠른 인터넷”을 노린다면, 블루투스는 “내 몸 주변 몇 미터 안의 기기들을 배터리 걱정 없이 잇는 것”을 노린다. 이 차이가 이 책 전체에서 반복해서 등장한다. 블루투스의 거의 모든 설계 결정은 “어떻게 하면 무선부를 최대한 오래 꺼 둘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9장).

시끄러운 카페에서의 대화

이 책은 블루투스를 시끄러운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에 빗대어 설명한다. 2.4 GHz 대역은 Wi-Fi, 전자레인지, 남의 블루투스가 함께 떠드는 카페다. 채널은 카페의 테이블이고, 기기는 손님이다. 처음 만나는 손님은 입구 근처 세 테이블(광고 채널)에서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자기소개를 외치고(광고, 5장), 관심 있는 손님은 귀를 기울인다(스캔). 서로 알게 되면 “앞으로 30 ms마다, 정해진 순서로 테이블을 옮겨 가며 잠깐씩 만나자”고 약속한다(연결과 도약, 4·6장). 대화 내용은 메뉴판처럼 정리되어 있고(GATT, 7장), 둘만 아는 암호를 정하면 엿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다(페어링, 8장).

두 개의 블루투스: 클래식과 저전력

오늘날 “블루투스”라는 이름 아래에는 사실상 서로 다른 무선 시스템 두 개가 들어 있다. 사양서도 둘을 나눠, 같은 2.4 GHz 대역을 쓰지만 다른 채널 배치와 다른 패킷, 다른 연결 규칙을 정의한다.

클래식 (BR/EDR)저전력 (LE)
등장1999년 (1.0)2010년 (4.0)
채널1 MHz × 79개 (2402~2480 MHz)2 MHz × 40개 (2402~2480 MHz)
변조와 공중 속도GFSK 1 Mb/s, EDR은 π/4-DQPSK 2 Mb/s · 8DPSK 3 Mb/sGFSK 1 Mb/s(LE 1M), 2 Mb/s(LE 2M), 부호화 125·500 kb/s(LE Coded)
처음 찾기조회(inquiry)·호출(page)광고 채널 3개에서 광고·스캔
연결 뒤625 µs 슬롯마다 주고받음연결 간격마다 짧게 깨어남 (6.2부터 375 µs ~ 4 s)
강점연속 스트림 (음악, 통화)저전력, 많은 기기, 방송, 위치
사양서 위치[Vol 2] BR/EDR Controller[Vol 6] Low Energy Controller

BR/EDR 채널 f = 2402 + k MHz, k = 0~78: [Vol 2] Part A §2 · LE 40채널 2 MHz 간격: [Vol 6] Part A §2 · 연결 간격 375 µs ~ 4 s: [Vol 6] Part B §4.5.1

휴대폰과 노트북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듀얼 모드(dual-mode) 칩을 쓴다. 반면 심박계나 태그처럼 작은 기기는 LE만 넣은 싱글 모드 칩을 쓴다. 두 방식은 같은 안테나와 무선 회로를 나눠 쓰지만 서로 직접 대화하지는 못한다. LE만 되는 체중계는 클래식만 되는 옛날 휴대폰과 연결할 수 없다.

INTERACTIVE

내 주변 블루투스 기기는 어느 쪽을 쓸까

기기를 눌러 보자. 파란 표시는 LE, 청록 표시는 클래식(BR/EDR)으로 하는 일이다. 해볼 것: ① 무선 이어폰을 누르면 두 가지를 모두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음악은 오래된 클래식 방식으로, 배터리 잔량이나 버튼 설정은 LE로 주고받는 제품이 많다. ② 분실물 태그와 체중계는 LE만 쓴다. 단순화: 제품마다 구현이 다르므로 “요즘 흔한 구성”을 보여 준다.
예측해 보기

LE는 클래식보다 “저전력”이다. 그렇다면 무선 이어폰도 처음부터 LE로 음악을 보내면 되지 않았을까? 2010년 LE가 처음 나왔을 때 음악을 못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위 표의 “연결 뒤”와 “강점” 줄, 그리고 10장의 LE 오디오를 떠올려 보자.

LE 1M도 공중 속도는 1 Mb/s로 클래식과 같다. 부족했던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정해진 시각에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데이터”를 다루는 규칙이었다. 5.2(2019년 말)에서 등시성 채널(LE Isochronous Channels)이 추가되고 나서야 LE 오디오가 가능해졌다(10장).

버전의 역사: 1.2에서 6.3까지

블루투스 버전은 “신제품 이름”이 아니라 사양서의 개정판 번호다. 새 판이 나올 때마다 기능이 더해지고 오류가 고쳐진다. 2025년부터 SIG는 1년에 두 번 정도 판을 내고 있다. 아래에서 버전을 눌러 그때 추가된 주요 기능을 확인해 보자. 굵은 테두리는 이 책에서 특히 자주 등장하는 판이다.

TIMELINE

Core 사양 변경 이력 탐색기

출처: Core 6.3 [Vol 1] Part C, Core Specification Change History의 “New features” 목록과 [Vol 0] Part C의 채택일. 기능 이름은 사양서 표기를 옮겼고, 괄호 안에 이 책의 해당 장을 적었다. 해볼 것: 4.0(LE 탄생), 5.0(2M·Coded PHY), 5.2(등시성 채널), 6.0(채널 사운딩), 6.2(짧은 연결 간격), 6.3(이 책의 기준 판)을 차례로 눌러 보자.
“블루투스 5.3 지원”의 함정

제품 상자에 적힌 버전은 그 제품이 어느 판의 사양에 맞춰 인증받았는지를 뜻할 뿐, 그 판의 모든 기능을 갖췄다는 뜻이 아니다. 사양서의 기능 대부분은 선택 사항이다. 예를 들어 LE 2M PHY나 LE Coded PHY(3장), 채널 사운딩(11장)은 지원하지 않아도 최신 버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또 두 기기가 함께 쓰려면 양쪽 모두 그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블루투스 5.3 이어폰”을 4.2 휴대폰에 연결하면 4.2 수준의 기능만 쓴다.

다음 판 예고: HDT

SIG는 LE의 최대 데이터 속도를 2 Mb/s에서 7.5 Mb/s로 올리는 HDT(High Data Throughput)를 다음 Core 사양에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년 5월의 6.3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Core 6.2를 바탕으로 한 공개 초안 단계다. SIG는 2026년 말 다음 Core 판에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무선 회로가 필요한 기능이라 지금의 기기는 업데이트로 얻을 수 없다. 원리는 3장 끝에서 미리 본다.

프로토콜 스택: 호스트와 컨트롤러

블루투스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층층이 쌓은 규칙이다. 아래층은 전파를 다루고 위층은 “심박수 72”나 “노래 다음 곡” 같은 의미를 다룬다. 블루투스 스택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층들을 두 덩어리로 나눈다는 점이다.

앱 · 프로파일 (심박계, 오디오, 파일 전송 …) 프로파일 사양 호스트[Vol 3] GAP역할·발견 GATT ATT SMP SDP·RFCOMM(클래식) L2CAP HCI (호스트 ↔ 컨트롤러 표준 창구) [Vol 4] 컨트롤러[Vol 2] BR/EDR[Vol 6] LE 링크 계층 · 베이스밴드 · 링크 매니저 · 등시성 적응 계층 물리 계층 (PHY): 2.4 GHz 무선 )))
그림 1-2. 블루투스 스택. 위의 호스트(청록 점선)는 운영체제·펌웨어의 소프트웨어, 아래의 컨트롤러(파란 점선)는 무선 칩 안의 하드웨어·펌웨어다. 둘 사이는 HCI로 잇는다. 오른쪽은 각 부분을 정의한 Core 6.3 사양서의 권(Volume)이다. 상자를 누르면 아래 설명이 바뀐다.

왜 이렇게 나눴을까? 컨트롤러는 150 µs 같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응답해야 한다(6장). 운영체제는 다른 일도 하느라 그런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시간에 민감한 일은 무선 칩에 맡기고, 운영체제는 “이 기기와 연결해”, “이 값을 보내” 같은 큰 명령만 HCI로 내린다. 덕분에 무선 칩은 운영체제가 잠든 사이에도 혼자 깨어나 광고를 보내거나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저전력의 비밀 중 하나다.

카페의 손님과 비서

호스트는 대화 내용을 정하는 손님, 컨트롤러는 손님 대신 정확히 약속 시각에 테이블로 가서 말을 전하는 비서다. 손님은 “저 사람에게 심박수를 알려 줘”라고만 하면 되고, 몇 시 몇 분 몇 초에 몇 번 테이블로 갈지는 비서가 안다. HCI는 둘이 주고받는 정해진 양식의 메모지다.

사양서 읽는 법: Core 6.3의 지도

이 책의 수치와 규칙은 SIG가 무료로 공개하는 Bluetooth Core Specification 6.3을 근거로 한다. 본문 곳곳의 [Vol 6] Part B §4.5.1 같은 표시는 “6권 B부 4.5.1절에 이 내용이 있다”는 뜻이다. 사양서는 수천 쪽이지만 구조를 알면 원하는 곳을 금방 찾을 수 있다.

권이름이 책에서 주로 쓰는 부분
Vol 0목차·코어 구성버전 채택일, 어떤 기능이 필수인지(Core Configurations)
Vol 1구조·변경 이력·용어Part A 구조 개요, Part C 버전별 새 기능(이 장), 채널 사운딩 거리 식(11장)
Vol 2BR/EDR 컨트롤러Part A 무선(2·3장), Part B 베이스밴드·AFH(4장), Part H 보안
Vol 3호스트Part A L2CAP, Part C GAP(5·8장), Part F ATT·Part G GATT(7장), Part H SMP(8장)
Vol 4HCI호스트가 컨트롤러에 내리는 명령(예: RPA 교체 시간, 8장)
Vol 6LE 컨트롤러Part A 무선(2·3장), Part B 링크 계층(4~6장), Part C 샘플 데이터, Part G 등시성(10장), Part H 채널 사운딩(11장)
Vol 7무선 공존LTE 등 다른 무선과의 신호 교환

사양서의 동사에도 정해진 뜻이 있다. shall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요구 사항, should는 권장 사항, may는 허용되는 선택이다. 예를 들어 “광고 지연(advDelay)은 0~10 ms의 (의사)난수여야 한다(shall)”는 모든 기기가 지켜야 하지만, “스캔할 때는 창마다 다른 광고 채널을 듣는 것이 좋다(should)”는 구현에 따라 다를 수 있다(5장). 이 책에서 “사양은 ~이다”라고 쓸 때는 shall을, “보통 ~한다”라고 쓸 때는 should나 실제 제품의 관행을 가리킨다.

사양서 밖의 블루투스

Core 사양은 무선과 연결, 보안, 데이터 구조의 공통 기반만 정한다. 심박계가 값을 어떤 형식으로 보내는지(Heart Rate Service), 이어폰이 음악을 어떤 코덱으로 압축하는지(A2DP, LC3), 메시 네트워크의 규칙(Mesh Protocol) 같은 것은 별도의 프로파일·서비스 사양에 있다. 광고 데이터의 형식 번호(AD type)나 UUID 번호는 Core Specification Supplement와 Assigned Numbers 문서에 있다. 이 책은 이런 내용을 다룰 때 “Core 밖의 사양”이라고 밝힌다.

핵심 정리

  1. 블루투스는 1994년 에릭슨의 케이블 대체 연구에서 시작해 1998년 SIG가 표준으로 키웠다. 목표는 짧은 거리·낮은 전력·낮은 가격, 대역은 면허 없는 2.4 GHz ISM이다.
  2. 블루투스는 사실상 두 시스템이다. 클래식(BR/EDR)은 1 MHz × 79채널로 연속 스트림에 강하고, LE(4.0, 2010)는 2 MHz × 40채널로 대부분의 시간을 자며 짧게 말한다. 휴대폰은 둘 다(듀얼 모드), 작은 기기는 LE만 쓴다.
  3. 버전은 사양서 개정판 번호다. 4.0 LE, 5.0 2M·Coded PHY·확장 광고, 5.1 방향 찾기, 5.2 등시성 채널, 6.0 채널 사운딩, 6.2 짧은 연결 간격, 6.3 채널 사운딩 위상 보정값 인라인 전송. 대부분 선택 기능이며 양쪽이 모두 지원해야 쓸 수 있다.
  4. 스택은 호스트(GAP, GATT/ATT, SMP, L2CAP)와 컨트롤러(링크 계층, PHY)로 나뉘고 HCI로 잇는다. 시간에 민감한 일은 컨트롤러가 맡는다.
  5. 이 책의 근거는 Core 6.3이다. [Vol·Part·§] 표기로 위치를 밝히며, shall은 필수, should는 권장, may는 허용이다. 코덱·메시·서비스 형식은 Core 밖의 사양에 있다.

확인 퀴즈

블루투스가 2.4 GHz 대역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면허 없이 어디서나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ISM 대역이 필요했다. 대신 Wi-Fi·전자레인지와 같은 “시끄러운 카페”를 나눠 써야 해서 주파수 도약 같은 장치가 생겼다(4장).

LE만 지원하는 체중계를 클래식(BR/EDR)만 지원하는 오래된 휴대폰과 연결하려 한다. 어떻게 될까?

BR/EDR과 LE는 이름만 같을 뿐 채널(79개 vs 40개)과 발견 절차(조회 vs 광고)가 다른 별개의 시스템이다. 그래서 요즘 휴대폰은 두 가지를 모두 넣은 듀얼 모드 칩을 쓴다.

“블루투스 6.0 지원” 분실물 태그와 “블루투스 6.0 지원” 휴대폰이 있다. 두 기기로 채널 사운딩(cm급 거리 측정)을 반드시 쓸 수 있을까?

버전 번호는 인증 기준이 된 사양서 판을 뜻한다. 대부분의 기능은 선택이며 양쪽이 모두 지원해야 한다. 채널 사운딩은 무선 회로의 위상 측정 능력이 필요해 하드웨어가 받쳐 줘야 한다(11장).

블루투스 스택을 호스트와 컨트롤러로 나누는 주된 이유는?

운영체제는 다른 일도 하느라 150 µs 안에 응답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시간에 민감한 링크 계층을 컨트롤러에 두면 운영체제가 잠든 사이에도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사양서에서 “should”로 쓰인 문장은?

shall = 필수, should = 권장, may = 허용. 스캔 창마다 다른 광고 채널을 듣는 것은 should, 광고 지연이 0~10 ms 난수인 것은 shall이다.

심박계가 심박수를 몇 바이트, 어떤 단위로 보내는지는 어디에 정해져 있을까?

Core는 ATT/GATT라는 “메뉴판의 틀”만 정한다. 메뉴에 무엇이 어떤 형식으로 올라가는지는 서비스·프로파일 사양이 정한다(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