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란 무엇인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음악이 이어서 흘러나온다. 손목의 시계는 심박수를 휴대폰에 보내고, 차에 타면 휴대폰이 알아서 차 스피커와 연결된다. 가방 속 분실물 태그는 몇 달째 배터리 교체 없이 “나 여기 있어요”를 외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같은 이름의 기술, 블루투스가 한다. 그런데 이어폰과 분실물 태그는 사실 꽤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 이 장에서는 블루투스가 어디서 왔고, 왜 두 갈래(클래식과 저전력)로 나뉘었으며, 기기 안에서 어떤 층들이 일을 나눠 맡는지 큰 그림을 그린다.
- 블루투스가 “케이블을 없애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는 것과 이름·로고의 유래를 안다.
- 클래식 블루투스(BR/EDR)와 저전력 블루투스(LE)의 채널·속도·전력·쓰임새 차이를 설명한다.
- 1.2부터 6.3까지 버전마다 무엇이 추가되었는지, 그리고 “블루투스 5.3 지원”이라는 문구가 무엇을 뜻하고 무엇을 뜻하지 않는지 안다.
- 호스트·컨트롤러·HCI로 나뉜 프로토콜 스택에서 각 층이 맡는 일을 구분한다.
- 이 책이 기준으로 삼는 Bluetooth Core 6.3 사양서의 구성(Vol·Part·절)과 shall/should/may의 뜻을 안다.
케이블을 없애려던 작은 무전기
1990년대 중반, 휴대폰과 헤드셋, 휴대폰과 노트북을 잇는 데는 제각각 모양이 다른 케이블이 필요했다. 스웨덴 룬드의 에릭슨 연구진은 1994년 이 선들을 짧은 거리의 값싼 무선 링크로 바꾸는 연구를 시작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칩 하나에 들어갈 만큼 단순하고, 배터리로 오래 가며, 허가 없이 전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전파를 쓸 것. 그래서 고른 것이 누구나 면허 없이 쓰는 2.4 GHz ISM 대역(Industrial, Scientific and Medical)이다(2장).
혼자서는 표준이 될 수 없으므로 1998년 에릭슨, IBM, 인텔, 노키아, 도시바가 모여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를 만들었다. 지금은 수만 개 회사가 회원으로 참여해 사양을 만들고, 제품이 사양을 지키는지 인증한다. 이 책이 기준으로 삼는 문서도 SIG가 2026년 5월 채택한 Bluetooth Core Specification 6.3이다.
블루투스의 세 가지 설계 목표, 짧은 거리 · 낮은 전력 · 낮은 가격은 지금도 그대로다. Wi-Fi가 “집 전체를 덮는 빠른 인터넷”을 노린다면, 블루투스는 “내 몸 주변 몇 미터 안의 기기들을 배터리 걱정 없이 잇는 것”을 노린다. 이 차이가 이 책 전체에서 반복해서 등장한다. 블루투스의 거의 모든 설계 결정은 “어떻게 하면 무선부를 최대한 오래 꺼 둘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9장).
이 책은 블루투스를 시끄러운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에 빗대어 설명한다. 2.4 GHz 대역은 Wi-Fi, 전자레인지, 남의 블루투스가 함께 떠드는 카페다. 채널은 카페의 테이블이고, 기기는 손님이다. 처음 만나는 손님은 입구 근처 세 테이블(광고 채널)에서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자기소개를 외치고(광고, 5장), 관심 있는 손님은 귀를 기울인다(스캔). 서로 알게 되면 “앞으로 30 ms마다, 정해진 순서로 테이블을 옮겨 가며 잠깐씩 만나자”고 약속한다(연결과 도약, 4·6장). 대화 내용은 메뉴판처럼 정리되어 있고(GATT, 7장), 둘만 아는 암호를 정하면 엿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다(페어링, 8장).
두 개의 블루투스: 클래식과 저전력
오늘날 “블루투스”라는 이름 아래에는 사실상 서로 다른 무선 시스템 두 개가 들어 있다. 사양서도 둘을 나눠, 같은 2.4 GHz 대역을 쓰지만 다른 채널 배치와 다른 패킷, 다른 연결 규칙을 정의한다.
- 클래식 블루투스는 사양서에서 BR/EDR(Basic Rate / Enhanced Data Rate)이라 부른다. 1 MHz 폭 채널 79개를 초당 최대 1,600번 옮겨 다니며, 한번 연결되면 계속 말을 주고받는 데 강하다. 무선 이어폰의 음악 스트리밍(A2DP), 차량 핸즈프리 통화(HFP)가 대표적이다.
- 저전력 블루투스는 LE(Low Energy, 흔히 BLE)라 부른다. 2010년 4.0에서 추가되었다. 2 MHz 폭 채널 40개를 쓰고, 그중 3개는 처음 만나는 기기끼리 서로를 찾는 데만 쓴다. 대부분의 시간을 자다가 수 ms만 깨어나 짧게 말하므로 코인 전지 하나로 몇 년을 간다. 시계, 체중계, 분실물 태그, 도어락, 그리고 요즘의 LE 오디오가 여기에 속한다.
| 클래식 (BR/EDR) | 저전력 (LE) | |
|---|---|---|
| 등장 | 1999년 (1.0) | 2010년 (4.0) |
| 채널 | 1 MHz × 79개 (2402~2480 MHz) | 2 MHz × 40개 (2402~2480 MHz) |
| 변조와 공중 속도 | GFSK 1 Mb/s, EDR은 π/4-DQPSK 2 Mb/s · 8DPSK 3 Mb/s | GFSK 1 Mb/s(LE 1M), 2 Mb/s(LE 2M), 부호화 125·500 kb/s(LE Coded) |
| 처음 찾기 | 조회(inquiry)·호출(page) | 광고 채널 3개에서 광고·스캔 |
| 연결 뒤 | 625 µs 슬롯마다 주고받음 | 연결 간격마다 짧게 깨어남 (6.2부터 375 µs ~ 4 s) |
| 강점 | 연속 스트림 (음악, 통화) | 저전력, 많은 기기, 방송, 위치 |
| 사양서 위치 | [Vol 2] BR/EDR Controller | [Vol 6] Low Energy Controller |
BR/EDR 채널 f = 2402 + k MHz, k = 0~78: [Vol 2] Part A §2 · LE 40채널 2 MHz 간격: [Vol 6] Part A §2 · 연결 간격 375 µs ~ 4 s: [Vol 6] Part B §4.5.1
휴대폰과 노트북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듀얼 모드(dual-mode) 칩을 쓴다. 반면 심박계나 태그처럼 작은 기기는 LE만 넣은 싱글 모드 칩을 쓴다. 두 방식은 같은 안테나와 무선 회로를 나눠 쓰지만 서로 직접 대화하지는 못한다. LE만 되는 체중계는 클래식만 되는 옛날 휴대폰과 연결할 수 없다.
내 주변 블루투스 기기는 어느 쪽을 쓸까
LE는 클래식보다 “저전력”이다. 그렇다면 무선 이어폰도 처음부터 LE로 음악을 보내면 되지 않았을까? 2010년 LE가 처음 나왔을 때 음악을 못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위 표의 “연결 뒤”와 “강점” 줄, 그리고 10장의 LE 오디오를 떠올려 보자.
버전의 역사: 1.2에서 6.3까지
블루투스 버전은 “신제품 이름”이 아니라 사양서의 개정판 번호다. 새 판이 나올 때마다 기능이 더해지고 오류가 고쳐진다. 2025년부터 SIG는 1년에 두 번 정도 판을 내고 있다. 아래에서 버전을 눌러 그때 추가된 주요 기능을 확인해 보자. 굵은 테두리는 이 책에서 특히 자주 등장하는 판이다.
Core 사양 변경 이력 탐색기
제품 상자에 적힌 버전은 그 제품이 어느 판의 사양에 맞춰 인증받았는지를 뜻할 뿐, 그 판의 모든 기능을 갖췄다는 뜻이 아니다. 사양서의 기능 대부분은 선택 사항이다. 예를 들어 LE 2M PHY나 LE Coded PHY(3장), 채널 사운딩(11장)은 지원하지 않아도 최신 버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또 두 기기가 함께 쓰려면 양쪽 모두 그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블루투스 5.3 이어폰”을 4.2 휴대폰에 연결하면 4.2 수준의 기능만 쓴다.
SIG는 LE의 최대 데이터 속도를 2 Mb/s에서 7.5 Mb/s로 올리는 HDT(High Data Throughput)를 다음 Core 사양에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년 5월의 6.3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Core 6.2를 바탕으로 한 공개 초안 단계다. SIG는 2026년 말 다음 Core 판에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무선 회로가 필요한 기능이라 지금의 기기는 업데이트로 얻을 수 없다. 원리는 3장 끝에서 미리 본다.
프로토콜 스택: 호스트와 컨트롤러
블루투스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층층이 쌓은 규칙이다. 아래층은 전파를 다루고 위층은 “심박수 72”나 “노래 다음 곡” 같은 의미를 다룬다. 블루투스 스택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층들을 두 덩어리로 나눈다는 점이다.
- 컨트롤러(Controller): 무선 칩 안에서 µs 단위로 정확하게 돌아가야 하는 일. 전파를 내고 받는 물리 계층(PHY)과, 언제 어느 채널로 무엇을 보낼지 정하는 링크 계층(LL)(클래식에서는 베이스밴드와 링크 매니저)이다.
- 호스트(Host): 휴대폰 운영체제나 작은 기기의 펌웨어에서 돌아가는 일. 데이터를 채널별로 나누는 L2CAP, 값을 주고받는 ATT/GATT, 보안을 맡는 SMP, 기기의 역할과 발견·연결 절차를 정하는 GAP가 있다.
- HCI(Host Controller Interface): 둘 사이의 표준 명령 창구. 휴대폰에서는 운영체제가 HCI 명령으로 별도의 블루투스 칩을 부린다. HCI 덕분에 칩 회사와 운영체제 회사가 따로 만들어도 맞물린다.
왜 이렇게 나눴을까? 컨트롤러는 150 µs 같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응답해야 한다(6장). 운영체제는 다른 일도 하느라 그런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시간에 민감한 일은 무선 칩에 맡기고, 운영체제는 “이 기기와 연결해”, “이 값을 보내” 같은 큰 명령만 HCI로 내린다. 덕분에 무선 칩은 운영체제가 잠든 사이에도 혼자 깨어나 광고를 보내거나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저전력의 비밀 중 하나다.
호스트는 대화 내용을 정하는 손님, 컨트롤러는 손님 대신 정확히 약속 시각에 테이블로 가서 말을 전하는 비서다. 손님은 “저 사람에게 심박수를 알려 줘”라고만 하면 되고, 몇 시 몇 분 몇 초에 몇 번 테이블로 갈지는 비서가 안다. HCI는 둘이 주고받는 정해진 양식의 메모지다.
사양서 읽는 법: Core 6.3의 지도
이 책의 수치와 규칙은 SIG가 무료로 공개하는 Bluetooth Core Specification 6.3을 근거로 한다. 본문 곳곳의 [Vol 6] Part B §4.5.1 같은 표시는 “6권 B부 4.5.1절에 이 내용이 있다”는 뜻이다. 사양서는 수천 쪽이지만 구조를 알면 원하는 곳을 금방 찾을 수 있다.
| 권 | 이름 | 이 책에서 주로 쓰는 부분 |
|---|---|---|
| Vol 0 | 목차·코어 구성 | 버전 채택일, 어떤 기능이 필수인지(Core Configurations) |
| Vol 1 | 구조·변경 이력·용어 | Part A 구조 개요, Part C 버전별 새 기능(이 장), 채널 사운딩 거리 식(11장) |
| Vol 2 | BR/EDR 컨트롤러 | Part A 무선(2·3장), Part B 베이스밴드·AFH(4장), Part H 보안 |
| Vol 3 | 호스트 | Part A L2CAP, Part C GAP(5·8장), Part F ATT·Part G GATT(7장), Part H SMP(8장) |
| Vol 4 | HCI | 호스트가 컨트롤러에 내리는 명령(예: RPA 교체 시간, 8장) |
| Vol 6 | LE 컨트롤러 | Part A 무선(2·3장), Part B 링크 계층(4~6장), Part C 샘플 데이터, Part G 등시성(10장), Part H 채널 사운딩(11장) |
| Vol 7 | 무선 공존 | LTE 등 다른 무선과의 신호 교환 |
사양서의 동사에도 정해진 뜻이 있다. shall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요구 사항, should는 권장 사항, may는 허용되는 선택이다. 예를 들어 “광고 지연(advDelay)은 0~10 ms의 (의사)난수여야 한다(shall)”는 모든 기기가 지켜야 하지만, “스캔할 때는 창마다 다른 광고 채널을 듣는 것이 좋다(should)”는 구현에 따라 다를 수 있다(5장). 이 책에서 “사양은 ~이다”라고 쓸 때는 shall을, “보통 ~한다”라고 쓸 때는 should나 실제 제품의 관행을 가리킨다.
Core 사양은 무선과 연결, 보안, 데이터 구조의 공통 기반만 정한다. 심박계가 값을 어떤 형식으로 보내는지(Heart Rate Service), 이어폰이 음악을 어떤 코덱으로 압축하는지(A2DP, LC3), 메시 네트워크의 규칙(Mesh Protocol) 같은 것은 별도의 프로파일·서비스 사양에 있다. 광고 데이터의 형식 번호(AD type)나 UUID 번호는 Core Specification Supplement와 Assigned Numbers 문서에 있다. 이 책은 이런 내용을 다룰 때 “Core 밖의 사양”이라고 밝힌다.
핵심 정리
- 블루투스는 1994년 에릭슨의 케이블 대체 연구에서 시작해 1998년 SIG가 표준으로 키웠다. 목표는 짧은 거리·낮은 전력·낮은 가격, 대역은 면허 없는 2.4 GHz ISM이다.
- 블루투스는 사실상 두 시스템이다. 클래식(BR/EDR)은 1 MHz × 79채널로 연속 스트림에 강하고, LE(4.0, 2010)는 2 MHz × 40채널로 대부분의 시간을 자며 짧게 말한다. 휴대폰은 둘 다(듀얼 모드), 작은 기기는 LE만 쓴다.
- 버전은 사양서 개정판 번호다. 4.0 LE, 5.0 2M·Coded PHY·확장 광고, 5.1 방향 찾기, 5.2 등시성 채널, 6.0 채널 사운딩, 6.2 짧은 연결 간격, 6.3 채널 사운딩 위상 보정값 인라인 전송. 대부분 선택 기능이며 양쪽이 모두 지원해야 쓸 수 있다.
- 스택은 호스트(GAP, GATT/ATT, SMP, L2CAP)와 컨트롤러(링크 계층, PHY)로 나뉘고 HCI로 잇는다. 시간에 민감한 일은 컨트롤러가 맡는다.
- 이 책의 근거는 Core 6.3이다. [Vol·Part·§] 표기로 위치를 밝히며, shall은 필수, should는 권장, may는 허용이다. 코덱·메시·서비스 형식은 Core 밖의 사양에 있다.
확인 퀴즈
블루투스가 2.4 GHz 대역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LE만 지원하는 체중계를 클래식(BR/EDR)만 지원하는 오래된 휴대폰과 연결하려 한다. 어떻게 될까?
“블루투스 6.0 지원” 분실물 태그와 “블루투스 6.0 지원” 휴대폰이 있다. 두 기기로 채널 사운딩(cm급 거리 측정)을 반드시 쓸 수 있을까?
블루투스 스택을 호스트와 컨트롤러로 나누는 주된 이유는?
사양서에서 “should”로 쓰인 문장은?
심박계가 심박수를 몇 바이트, 어떤 단위로 보내는지는 어디에 정해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