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GHz 전파와 데시벨
휴대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이어폰 소리가 가끔 뚝뚝 끊긴다. 앞주머니로 옮기면 멀쩡하다.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동안 블루투스 스피커가 버벅이기도 한다. 이웃집까지는 닿지 않는데 같은 방 안에서는 벽 너머 화장실까지도 잘 된다. 이 장에서는 블루투스가 쓰는 2.4 GHz 전파의 성질과, 신호의 세기를 다루는 단위 데시벨을 익힌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왜 끊기는가”의 절반은 설명할 수 있다.
- 2.4 GHz ISM 대역(2400~2483.5 MHz)에 블루투스 클래식 79채널과 LE 40채널이 어떻게 놓이는지, LE 채널 번호와 주파수의 관계를 안다.
- dB와 dBm을 오가며 송신 전력·손실·수신 세기를 덧셈과 뺄셈으로 계산한다.
- 거리, 벽, 사람 몸이 신호를 얼마나 깎는지 링크 버짓으로 따져 보고, 수신 감도와 여유(마진)로 도달 거리를 추정한다.
- 반사파가 만드는 다중 경로 페이딩이 주파수마다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는 것과, 그것이 주파수 도약의 이유가 된다는 것을 안다.
- RSSI가 무엇이며 사양이 정한 정확도(±6 dB)가 어느 정도인지 안다.
2.4 GHz ISM 대역: 모두의 카페
전파는 주파수(1초에 몇 번 진동하는가)에 따라 쓰임새가 나라별 법으로 정해져 있다. 방송, 휴대폰, 레이더는 정부가 면허를 준 사업자만 쓴다. 그런데 2,400~2,483.5 MHz는 산업·과학·의료(ISM)용으로 남겨 둔 대역으로, 출력 제한 같은 규칙만 지키면 누구나 면허 없이 쓸 수 있다. 전자레인지가 이 대역(약 2.45 GHz)의 에너지로 음식을 데우고, Wi-Fi, 블루투스, Zigbee, 무선 마우스 동글이 모두 이 대역을 나눠 쓴다. 이 책의 비유로 말하면 2.4 GHz는 입장료 없는 시끄러운 카페다.
블루투스는 이 83.5 MHz 폭을 채널로 나눈다. 클래식(BR/EDR)은 2402 MHz부터 2480 MHz까지 1 MHz 간격으로 79개, LE는 같은 범위를 2 MHz 간격으로 40개로 나눈다. LE의 40개 중 3개(2402, 2426, 2480 MHz)는 처음 만나는 기기끼리 서로를 찾는 광고 채널(primary advertising channel)이고, 나머지 37개는 연결된 뒤 대화에 쓰는 범용 채널(general-purpose channel)이다.
LE 40채널과 2 MHz 간격: [Vol 6] Part A §2 · 채널 번호 대응표(Table 1.3): [Vol 6] Part B §1.4.1 · BR/EDR f = 2402 + k MHz, k = 0~78: [Vol 2] Part A §2
2.4 GHz 대역은 모두가 쓰는 카페다. 블루투스는 2 MHz짜리 작은 테이블 40개를 옮겨 다니며 앉고, 와이파이는 20 MHz짜리 단체석(작은 테이블 약 10개 폭)을 차지한다. 전자레인지는 가끔 카페 한쪽을 통째로 시끄럽게 만든다. 누가 어디서 겹치는지 아래 지도에서 보자.
2.4 GHz 대역 지도: 블루투스와 Wi-Fi는 어디서 겹치나
2.44 GHz의 파장은 λ = c / f ≈ (3×108 m/s) ÷ (2.44×109 Hz) ≈ 12.3 cm다. 반 파장이 약 6 cm, 1/4 파장이 약 3 cm라서 이어폰이나 반지 크기 기기에도 안테나를 넣을 수 있다. 칩 옆의 지그재그 모양 구리 패턴, 작은 세라믹 칩 안테나가 바로 그것이다. 반대로 휴대폰의 저주파 셀룰러 안테나(700 MHz, 1/4 파장 약 11 cm)는 폰 크기와 맞먹는다. 블루투스가 2.4 GHz를 고른 데는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데시벨: 곱셈을 덧셈으로
무선 신호의 세기는 엄청난 범위를 오간다. 송신기에서 나오는 1 mW는 트인 곳에서 3 m만 가도 약 10만분의 1로 줄어 10 nW(10−8 W) 근처가 되고, 수신기는 그보다 다시 수만 배 약한 신호까지 받아 내야 한다. 이런 숫자를 곱하고 나누기는 불편하다. 그래서 무선 공학은 로그를 쓴다. 비율을 데시벨(dB)로 나타내면 곱셈이 덧셈이 된다.
dBm 사다리: 블루투스 세계의 세기 지도
송신 전력은 사양이 범위를 정한다. LE 기기의 최대 송신 전력은 0.01 mW(−20 dBm)~100 mW(+20 dBm) 사이여야 하고, 최대 출력에 따라 아래와 같은 전력 등급으로 나뉜다. 클래식도 비슷한 세 등급이 있다. 흔히 “블루투스는 10 m”라는 말은 옛날 클래스 2(최대 2.5 mW) 기기를 기준으로 한 이야기다.
| LE 전력 등급 | 최대 출력 Pmax | 대표 기기 |
|---|---|---|
| 1 | 10 mW(+10 dBm) < P ≤ 100 mW(+20 dBm) | 장거리 게이트웨이, 산업용 |
| 1.5 | 2.5 mW(+4 dBm) < P ≤ 10 mW(+10 dBm) | 휴대폰, 노트북 |
| 2 | 1 mW(0 dBm) < P ≤ 2.5 mW(+4 dBm) | 이어폰, 시계 |
| 3 | 0.01 mW(−20 dBm) ≤ P ≤ 1 mW(0 dBm) | 코인 전지 센서, 태그 |
LE 송신 전력 범위와 Table 3.1 전력 등급: [Vol 6] Part A §3 · BR/EDR 전력 등급: [Vol 2] Part A §3 · LE 수신 감도 요구(Table 4.2): [Vol 6] Part A §4.1
받는 쪽에는 수신 감도(receiver sensitivity)가 있다. 이 세기보다 약하면 비트 오류가 너무 많아 패킷을 받을 수 없다. 사양은 LE 비부호화 PHY(1M·2M)에 −70 dBm 이하, LE Coded PHY S=2에 −75 dBm 이하, S=8에 −82 dBm 이하의 감도를 요구한다(3장). 이것은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하한이고, 요즘 칩은 이보다 20~25 dB 좋은 −95 dBm 안팎을 낸다. 사양의 요구와 실제 제품 사이의 이 큰 차이 덕분에 같은 블루투스라도 제품마다 도달 거리가 크게 다르다.
거리, 벽, 사람 몸: 링크 버짓
전파는 퍼져 나가면서 약해진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도 거리가 2배가 되면 같은 넓이에 닿는 에너지는 1/4, 즉 6 dB 줄어든다. 이것을 자유 공간 경로 손실(FSPL, free-space path loss)이라 한다.
여기에 장애물 손실을 더한다. 2.4 GHz에서 석고보드 벽은 몇 dB, 철근 콘크리트 벽은 10~15 dB 정도를 깎는다. 그리고 블루투스에서 특히 중요한 장애물은 사람의 몸이다. 몸은 대부분 물이고, 물은 2.4 GHz 전파를 잘 흡수한다(전자레인지가 같은 대역으로 음식 속 물을 데운다). 휴대폰을 뒷주머니에 넣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신호는 몸을 돌아가거나 통과해야 하고, 그 손실은 자세에 따라 수 dB에서 20 dB 넘게까지 변한다.
이 모든 것을 한 줄로 모은 것이 링크 버짓(link budget)이다. 수신 세기가 수신 감도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마진이라 하고, 마진이 0 아래로 내려가면 끊긴다.
링크 버짓: 어디까지 닿을까
집에서 이어폰이 가끔 끊긴다. 휴대폰 송신 전력을 4배(+6 dB)로 올리는 것과, 휴대폰을 뒷주머니에서 셔츠 앞주머니로 옮기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효과가 클까?
링크 버짓 시뮬레이터에서 송신 전력 +6 dB와 “사람 몸” 체크를 비교해 보자.
다중 경로 페이딩: 한 뼘 옮겼더니 끊긴다
실내에서 전파는 송신기에서 수신기로 한 길로만 가지 않는다. 벽, 바닥, 책상, 사람에게 반사된 여러 사본이 조금씩 다른 길이를 거쳐 도착한다. 길이 차이가 반 파장(약 6 cm)이면 두 사본은 서로 반대 위상이 되어 상쇄되고, 한 파장 차이면 보강된다. 그래서 수신 세기는 거리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위치를 몇 cm만 옮겨도 20~30 dB씩 출렁인다. 이것이 다중 경로 페이딩(multipath fading)이다.
중요한 점은 상쇄가 일어나는 위치가 주파수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길이 차이라도 파장이 다르면 위상 차이가 달라진다. 2402 MHz에서 깊은 골짜기에 빠진 위치가 2480 MHz에서는 멀쩡할 수 있다. 블루투스가 채널을 계속 바꿔 다니는 주파수 도약(4장)은 Wi-Fi 간섭뿐 아니라 이 페이딩을 피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사양서 첫 문장도 “간섭과 페이딩에 대처하기 위해 주파수 도약 송수신기를 쓴다”고 적고 있다.
“A frequency hopping transceiver is used to combat interference and fading.”: [Vol 6] Part A §1, [Vol 2] Part A §1
반사파가 만드는 골짜기: 채널마다 다른 곳에서 끊긴다
RSSI: 받은 세기를 숫자로
수신기는 패킷을 받을 때마다 그 세기를 dBm 단위로 잰다. 이것이 RSSI(Received Signal Strength Indication)다. 휴대폰 앱에서 주변 기기를 스캔하면 “−58 dBm” 같은 숫자가 뜨는데, 바로 그 광고 패킷의 RSSI다. 연결 품질 감시, 전력 제어(9장), 거리 짐작(11장)에 쓴다.
RSSI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사양은 LE 기기가 RSSI를 지원한다면 정확도가 ±6 dB 정도이길 권장(should)할 뿐이다(BR/EDR은 ±6 dB가 필수). ±6 dB는 거리로 바꾸면 트인 곳에서도 절반~두 배의 오차다. 여기에 위의 페이딩이 패킷마다 ±10 dB 이상의 출렁임을 더한다. 그래서 RSSI는 여러 번 평균 내서 “가깝다/멀다” 정도를 판단하는 데 쓰고, 정확한 거리는 6.0의 채널 사운딩(11장)처럼 다른 방법을 쓴다.
RSSI 정확도 ±6 dB(should): [Vol 6] Part A §4.8 · BR/EDR(shall): [Vol 2] Part A §4
① 휴대폰과 이어폰 사이에 몸이 끼지 않게 한다(같은 쪽 주머니, 가방 바깥쪽). ② 전자레인지, 2.4 GHz Wi-Fi 공유기 바로 옆을 피한다. 공유기를 5·6 GHz로 쓰면 블루투스가 쉴 자리가 생긴다(4장). ③ 이어폰이 지원하면 “연결 우선” 모드로 코덱 비트레이트를 낮춘다(10장). 같은 마진에서 더 느린 데이터는 더 강하다(3장).
핵심 정리
- 블루투스는 면허 없는 2.4 GHz ISM 대역(2400~2483.5 MHz)을 Wi-Fi·전자레인지와 나눠 쓴다. 클래식은 1 MHz × 79채널, LE는 2 MHz × 40채널이며 LE의 37·38·39번(2402·2426·2480 MHz)이 광고 채널이다.
- 파장은 약 12 cm. 1/4 파장이 3 cm라 작은 기기에도 안테나가 들어간다.
- dB는 비율, dBm은 1 mW 기준의 절대값. +3 dB = 2배, +10 dB = 10배. LE 송신 전력은 −20~+20 dBm, 사양의 최소 수신 감도는 −70 dBm(1M·2M), −75(S=2), −82(S=8)이며 실제 칩은 20 dB 이상 좋다.
- 링크 버짓: 수신 세기 = 송신 + 이득 − 경로 손실 − 장애물. 2.44 GHz 1 m 손실은 약 40 dB, 거리 2배마다 6 dB(트인 곳). 사람 몸은 10 dB 이상을 깎는 큰 장애물이다.
- 반사파가 만드는 다중 경로 페이딩은 몇 cm 차이로 20 dB 넘게 출렁이고, 주파수마다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블루투스는 채널을 바꿔 가며 쓴다.
- RSSI는 받은 세기의 측정값이다. 사양의 정확도 권장은 ±6 dB이고 페이딩까지 더해지므로 거리 측정에는 거칠다.
확인 퀴즈
LE 채널 38번의 중심 주파수는?
송신 0 dBm, 경로 손실 75 dB, 벽 손실 12 dB일 때 수신 세기와, 수신 감도 −95 dBm 기준 마진은?
트인 공간에서 송신 전력을 그대로 두고 거리를 2배로 늘리면 수신 세기는?
LE 사양이 요구하는 LE 1M PHY의 최소 수신 감도(이보다 나빠서는 안 되는 값)는?
책상 위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5 cm 옮겼더니 RSSI가 15 dB 바뀌었다. 가장 그럴듯한 원인은?
RSSI −60 dBm인 광고를 보고 “정확히 2.0 m 떨어져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